과거에 ‘만년 과장’은 승진에 실패해 직급이 정체된 상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스로 만년 과장을 자처하며 승진을 거부하는 새로운 트렌드, 이른바 ‘의도적 언보싱’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이 승진 포기를 선택하고, 높은 책임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 경향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길 수 있습니다. 승진 거부가 늘어나면 조직 내 리더십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더 나아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의도적 언보싱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끌어낼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Z세대는 승진을 거부한다, ‘의도적 언보싱’
의도적 언보싱 뜻
Z세대는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낮은 세대로 분류됩니다. 이는 직장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의 Z세대(1997년~2012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직장인의 52%가 관리자의 자리를 원치 않으며, 69%는 중간 관리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지만, 그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의도적 언보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도적 언보싱이란 관리자나 임원 등 더 높은 책임이 따르는 자리로 승진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거부하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과거처럼 명예와 지위를 목표로 삼던 승진 문화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새로운 현상입니다.
Z세대는 직장 내 성공보다는 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부하직원 관리나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을 꺼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따라 조직 내에서는 생산성 하락과 리더십 공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의 핵심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도적 언보싱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승진 거부 이유
직원들이 승진 거부나 승진 포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인력 유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의도적 언보싱의 원인을 인지하고,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 : 직원 관리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자유롭게 업무하는 것을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높은 부담감에 비해 낮은 보상 : 승진 후에는 더 많은 책임과 업무 스트레스가 따르는 반면, 보상은 그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워라밸 중시 :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장기적인 근속 목표 :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하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승진을 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도적 언보싱의 문제점
의도적 언보싱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의도적 언보싱이 기업에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 분위기 악화
승진 거부를 외치는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승진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조직 내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인재들이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강화되면 조직의 단합과 긍정적인 분위기가 약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 생산성 및 성과 하락
승진 포기 분위기가 확산하면 회사 전체의 활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생산성과 성과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운영 방향을 책임질 임원급 인재가 부족해지면 조직 관리와 운영 전략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핵심인재 이탈
직원들이 승진 대신 자기 계발에 더 초점을 맞출수록, 회사는 인재들을 붙잡기 위한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적 언보싱 현상에 동의하는 직원들은 아무리 성과를 내도 적절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는 동기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러한 불만은 우수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요인이 되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의도적 언보싱에 대한 기업의 대처 방안 3가지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의도적 언보싱을 방지하고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까요? 국내 기업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선제적으로 대처한 3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LIG넥스원, 승진 셀프 신청제도로 공평한 기회 제공
출처 : LIG넥스원
LIG넥스원은 의도적 언보싱을 극복하기 위해 승진 셀프(Self) 추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LIG넥스원은 2019년부터 조기 승진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일정 기간 이상의 근속 연수와 직속 팀장의 추천서가 필수라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승진 셀프 추천 제도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근속 기간과 무관하게 직원이 스스로 승진 시기를 정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제도는 도전적이며 준비된 인재들에게 신속하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빠른 시일 내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경력을 개발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열정적인 인재를 빠르게 승진시킬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시스템입니다.
➡️ 빠른 성장, 빠른 승진이 가능한 LIG넥스원의 승진 셀프 추천 제도
전문성과 노하우를 인정하는, 삼성명장 제도
출처 : Samsung Newsroom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뿐만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직원들도 필요합니다. 특히 승진은 한정된 인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밖에도 인정받을 수 있는 루트를 다양화시켜 직원 개개인의 능력 향상과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기술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한 직원들을 전문가로 인정하는 ‘삼성 명장’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는 제조기술·금형·계측·설비·품질 등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분야에서 최소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숙련도와 노하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삼성 명장으로 선발합니다.
이 제도는 승진 대신 기술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기회를 제공하며, 직원들에게 ‘승진’ 외에도 다른 방식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도적 언보싱 현상을 해결하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는 기술력 강화를 도모하면서도 직원들의 근로 의욕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승진 포기는 그만, 경쟁력 이끌어내는 삼성명장 제도 도입
일한 만큼 보상받는 직무급제
많은 직원들이 의도적 언보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승진 거부를 하며 만년 과장으로 남으려 하는 이유는 승진 후 책임져야 할 업무와 보상의 무게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업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직원들이 더 큰 보상을 받아 갈 수 있도록 임금 구조를 개편하거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직무급제는 업무 난이도와 성격, 책임 강도 등에 따라 같은 직급에서도 급여를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교보생명은 모두가 기피하는 지방 지점장 자리에 지원한 직원에게 더 높은 연봉을 지급함으로써, 고생하는 직원에게 보상을 주고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기피 업무에 대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에서도 기존 호봉제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호봉제는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는 구조여서, 근속년수가 긴 직원에게는 높은 인건비 부담을 주고, 신규 직원은 업무에 비해 낮은 보상을 받는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에 석유관리원, 새만금개발공사 등은 근속 기간이나 나이와는 상관없이 업무 난이도와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했습니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었습니다.
기업 내에서 의도적 언보싱 문화가 자리 잡으면 핵심 인재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업무 생산성을 관리하고 복지 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승진을 거부하고 만년 과장에 머무르려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동기 부여 방안을 제공하고, 기존의 승진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