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채용에서 서류와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깊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고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가려내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 바로 레퍼런스 체크입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이를 잘못된 방법으로 진행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레퍼런스 체크 시 주의해야 할 법 지식과 리스크를 줄이는 팁을 소개하겠습니다.
레퍼런스 체크, 채용의 필수과정
레퍼런스 체크란?
레퍼런스 체크는 주로 채용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시하는 과정으로, '평판조회'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채용 후보자가 과거 함께 일했던 상사나 동료 등 직무 능력과 관련된 사람들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약 416만 명이 이직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5.0%p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취업자 중 이동률은 16.0%로, 전년보다 0.4%p 증가했습니다. 경력직 지원자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은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지원자의 역량과 평판을 더욱 꼼꼼하게 조회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경력직 채용에서는 이 과정이 최종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레퍼런스 체크 과정
레퍼런스 체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1단계: 평판조회 동의서 전달
지원자에게 평판조회 동의서를 전달하고, 지원자는 동의서에 인사권자, 동료, 부하직원 등 최소 한 명씩 기재합니다. 더하여 본인의 이름과 직위, 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작성합니다.
2단계: 유선 또는 이메일을 통한 체크
제출된 명단을 바탕으로 대상자에게 유선 또는 이메일로 평판조회를 진행합니다. 지원자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포함하여 업무 능력, 평판, 근태 등 회사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합니다.
3단계: 채용 여부 판단
최종적으로 이력서와 면접 결과, 레퍼런스 체크 결과를 모두 종합해 채용 여부를 판단합니다.
레퍼런스 체크 시 주요 확인 사항
오랫동안 함께 할 동료를 뽑는 일인 만큼, 채용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레퍼런스 체크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항목들을 살펴봐야 할까요?
업무 능력 및 성과: 지원자가 이력서와 면접에서 언급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합니다. 이후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전 직장에서 맡았던 업무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고, 지원자의 강점과 약점, 실패 경험 등을 파악합니다.
업무 방식 및 태도: 얼마나 성실하게 일했는지,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만약 지원자가 팀장 등 관리자 역할을 수행했다면, 리더십 스타일이 권위적이었는지 등도 확인합니다.
대인관계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 내 소통 방식과 동료들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지원자가 회사 분위기와 문화에 잘 적응하고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합니다.
퇴직 사유: 지원자가 말한 퇴직 사유와 실제 퇴직 사유가 일치하는지 살펴봅니다.
최근에는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내성적/외향적’, ‘성과 중시/관계 중시’와 같은 가치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또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모두 기록해 평판조회의 신뢰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습니다.
보통, 후보자가 지정한 레퍼리(referee, 후보자의 경력과 업무 태도 등을 평가해 주는 사람)에게 평판을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전·현직 상사나 동료 등 지정하지 않은 인원을 회사나 대행업체가 직접 선정해 체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비지정 인원을 대상으로 한 평판 조회도 반드시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적 문제를 피하려면 지원 동의서에 이를 명확히 명시해야 하며, 동의 없이 몰래 진행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레퍼런스 체크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그렇다면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법적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레퍼런스 체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법적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레퍼런스 체크는 제3자에게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묻는 과정이므로 반드시 지원자의 동의를 받고 진행해야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평판조회를 진행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전체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평판조회 대상자뿐만 아니라 인사 담당자나 평판조회에 응한 사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 및 근로기준법 위반
레퍼런스 체크 중 지원자의 성격, 업무 태도 등 개인적 평가를 포함하여 신용이나 인격적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제공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정적인 평판을 제공하여 지원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위반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지원자의 취업을 방해한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발생 시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한 회사와 이에 응한 관련자들이 모두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
레퍼런스 체크가 부당하게 이루어지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하여 채용 절차에 혼란을 일으킨 경우, 이는 업무방해죄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는 타인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하는 경우 성립하며, 부정확한 평판조회로 채용 절차에 혼란을 초래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타인’의 업무란, 면접위원이나 대표이사 등이 잘못된 평판조회로 인해 업무에 차질을 겪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위계 또는 위력’은 채용 담당자가 부정한 의도로 평판조회를 왜곡해 채용에 참여한 면접위원이나 대표이사가 후보자를 오인하거나 착각하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방해’는 잘못된 평판조회로 인해 공정한 채용절차가 저해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채용담당자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원자의 동의 없이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를 크게 수반합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반드시 평판조회 동의서를 사전에 받아야 하며, 적법한 절차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 문제를 피하고, 채용 과정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법적 리스크 줄이는 팁: 평판조회 동의서 작성하기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평판조회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이 동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의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와, 동의 거부 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동의서에는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수집하려는 정보의 내용과 그 진실성을 확인할 문항도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후보자가 제공한 정보 외에 비지정 레퍼리(지원자가 지정하지 않은 상사나 동료 등)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하려면 별도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이때, 지원자가 지정하지 않은 인물과의 인터뷰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고, 이를 동의서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판조회 동의서를 준비할 때는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면 법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변호사나 노무사의 자문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경력직 채용에서 평판조회 시 주의해야 할 법 지식 2가지와 리스크를 줄이는 팁을 소개했습니다.
레퍼런스 체크는 채용하는 회사의 필요로 이루어지므로, 이에 대한 법적 책임도 채용 회사의 몫입니다. 많은 지원자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채용 과정에 임하는 만큼, 회사에서도 지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올바른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